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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인간의 공존 시대,

HR의 역할 - LG경영연구원_박태준·강진구




AI 기술 발전에 따라 향후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사무실 풍경도 자연스러워질 것입니다. AI와 공존을 위한 조직 체계 를 모색하고, AI 시대에 인간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HR이 인간 구성원과 AI가 공존하게 될 미래 조직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시사점을 살펴보았습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인간의 일자리를 본격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 미 수십 년간 진료 경험이 축적된 의사보다 더 정확한 진단과 예측 결과를 단 몇 분 만에 내놓는가 하면, 금융 분야의 복잡한 투자전략 수립이나 금 융거래의 숨은 리스크까지 찾아낼 정도다. 미국 HR 컨설팅 회사 CG&C는 2023년 5월 미국에서 해고된 80,089명 중 3,900명의 해고 사유가 사상 최초로 ‘AI 대체’라고 공식 발표했다. 골드만삭스AI의 확산으로 2035년까지 전 세계 약 3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에 등장해 주목을 끌고 있는 생성형 AI는 직원들의 일하 는 모습마저 바꾸고 있다. 예컨대 직무 관련 궁금한 것을 언 제든 ChatGPT에게 먼저 물어보고 일을 시작하는 직원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프리젠테이션이 필요할 때 MS Office 365 코파일럿에 주제나 키워드만 주고 즉시 원하는 파워포인트를 제공받기도 한다. 엔지니어들도 GitHub 코파일럿에게 작업 전 코딩 스크립트를 요청한다. 심지어 영화계에서는 창의적시나리오 작성은 물론 연출까지 AI가 맡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우리가 수행하는 직무의 많은 부분을 AI가 담당할 것이며, AI와 인간이 함 께 일하는 사무실 풍경도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인간과 AI의 공존이 다가온 지금, 바람직한 HR의 역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AI와 공존을 위한 조직 체계 모색


새로운 AI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표되고 있으며, AI를 활용하려는 기업들도 많아 지고 있다. 아쉬운 점은 아직 AI를 활용하는 효과적인 조직 운영방식이 확립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선도 기업들이 시도하는 다양한 방식의 조직 형태 사례를 통해 AI와 공존하는 미래의 조직 운영방식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AI 활용 조직 모습은 ‘COE 지원 구조’이 다. A I 전문가 숫자가 많지 않은 기업이라면 A I COE(Center of Excellence)라는 전사 조직을 구성하고 AI 전문가를 모아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프로젝트 결과물은 각 현업부서 소속으로 AI 활용과 적용을 위해 협업하는 AI BP(Business Partner) 를 통해 실행된다. 예를 들어, 마케팅 분야의 AI BP는 고 객 세분화, 개인화된 마케팅 캠페인 등의 과제에서 COE의 AI 전문가와 현업의 도메인 전문가 사이에서 협업이 이루어지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두 번째로 각 조직별 AI 전문가 배치가 어느 정도 가능해진 경우라면 ‘매트릭스 구조’ 를 활용할 수 있다. AI 적용이 필요한 특정 조직에 도메인 전문가, AI 전문가가 모여 일하며 각 사업/기능조직과 AI 기술조직에 듀얼 리포팅(Dual Reporting) 하는 체제 로 운영하는 것이다. 매트릭스 구조의 이점으로는 AI 기능을 여러 사업이나 기능부 서에 동시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과 기존에 매트릭스 업무 형태가 익숙한 조직이 적 응하기 쉽다는 것이다.



다만 AI 리소스가 부족할 경우 적정 인력을 각 조직에 배치하 기 어렵다는 점과 듀얼 리포팅 체제가 익숙하지 않은 조직에서는 책임 및 의사결정의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세 번째로 미국 IT기업이 많이 활용하는 허브 앤스포크(Hub & Spoke) 구조가 있다.


주로 조직 내 AI 전문가 비중이 높거나 상대적으로 많은 기업에서 볼 수 있다. ‘Hub팀’은 시너지를 내는 중심 조직으로 기 술적, 인프라적으로 각 부서들을 연결하거나 필요 요소기술을 연구하여 사업팀에 제공한다. Spoke에 해당하는 사업팀은 해당 사업 운영을 위한 도메인 전문가, AI 전문가로 통합 구성되며, 독립적 의사결 정과 사업 추진을 담당한다. 하나의 사업팀이 다른사업팀과 서비스나 기술적 시너지가 있다면 Hub팀의 주도하에 통합 사업 Task를 운영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현업 주도형 구조’가 있다. 아직은 완벽한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많 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미래형 조직 형태다. 향후 AI 기술이 컴퓨터 활용 능력처럼 범용화 되면 대부분의 부서에서 AI 활용 역량을 갖춘 도메인 전문가와 AI가 협력하 여 업무를 처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AI 모델을 구축하고 배포할 수 있 는 역량을 보유한 개별 부서들은 중앙 조직으로부터 최소한의 통제만 받으며 완결적 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조직에서 활약하는 AI를 엑센츄어 CTO 폴 도 어티(Paul Daugherty)는 인간을 도와주는 ‘협력자’로 묘사한다.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결과를 생성하는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미국인사관 리협회(SHRM) 최고지식책임자(Chief Knowledge Officer) 알렉산더 알론소 (Alexander Alonso)는 한발 더 나아가, AI에게 이름과 호칭, 직급을 부여하고 심지어 역할 확대나 역량 향상에 따라 AI도 승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말한다.


‘인간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렇다면 인간의 역할은 줄어들다가 마침내 거의 없어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의 의견 을 종합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AI를 올바른 방 향으로 더 잘 활용하기 위한 인간의 역할도 함께 커질 것이란 주장이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인간의 역할은 AI가 무엇을 얼마나 해야 할지를 정해주 는 일이다. 업무의 방향과 범위 지정은 AI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출발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까지는 적절한 단어, 구문, 문장구조, 구두점을 선택해 AI가 잘 인식하도 록 기술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역량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대규모 언어 모델의 발전과 생성형 AI 툴 다양화로 프롬프트 스킬의 중요성은 덜해지고 있다. 반면, 문제 의 포괄적 이해 능력에 기반한 분석, 구조화, 논리력에 대한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킹스 칼리지 런던대의 오구즈 아카(Oguz A. Acar) 교수가 ‘문제 공식화’(Problem Formulation)라고 정의한 정확한 진단, 정의, 분해, 재구성 및 구조화 역량이 AI 활용에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AI의 학습효과를 높여주는 일 역시 인간의 중요한 역할이다. 미국인사관리협회 (SHRM) 회장인 조니 테일러(Johnny Taylor)는 2023년 SHRM 기조연설에서 ‘HI(인간 지능)+AI=ROI(투자 수익)’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향후 기업의 성과는 인간 이 AI와 얼마나 잘 협력하는지에 좌우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 말했다.


AI의 성과는 환 경과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행동을 시도하고 피드백이라는 ‘보상’ 기반의 반복 학습 수준에 달려 있다. 이때 학습 효과를 좌우하는 인간의 피드백 퀄리티에 따라 그 성과 가 결정되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AI 활용 결과물이 인간의 가치관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도덕적 윤 리적으로 적합한지, 또 법적 문제는 없는지 등을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 어야 한다.


최근 미 공군의 가상훈련에서 AI 드론이 업무 수행에 방해되는 인간 조종 사를 공격하려 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도출되기도 하였다. 알고리즘을 통해 목표 달성의 최적화에 집중하여 행동하는 AI의 판단은 언제든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 음을 보여준다. 한편, 창의성 측면에서도 인간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AI는 창의적 능력이 아무리 발전해도 과거 데이터 학습 기반의 최적화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 기 때문이다. 머신러닝 전문가인 안토니 골드블룸(Anthony Goldbloom)은 “AI는 과 거 데이터 기반 학습 특성상 본 적 없는 일을 처리할 수 없지만, 인간은 본 적 없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연결하는 능력이 있다”고 지적한다. 2차대전 당시 레이더를 연구하던 물리학자 퍼시 스펜서(Percy Spencer)가 마그네트론이 초콜릿을 녹이는 것을 보고 요리에 연결하여 전자레인지를 발명한 것과 같이 전혀 맥락이 다른것을 연결하는 상상력을 AI에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AI가 문학과 예술 영역에서도 훌륭한 창작물을 만들어 내면서, 인간의 창의성 마저 AI에게 대체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AI의 창의성은 인간의 능력과 다 르므로 그 한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간 만이 발휘할 수 있는 창의성을 개발하고 상상력이 지닌 가치를 더 크게 만드는 것이 향후 HR의 중요 과제가 될 수 있다.


HR은 인간 구성원과 AI가 공존하게 될 미래 조직을 대비해야


이미 AI는 우리 일터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그 영향력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HR이 살펴봐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첫째, AI 활용이 가능한 업무를 미리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향후 AI의 수행 범위가 넓어질수록 인간 구성원이 하던 업무를 AI에게 넘기는 지속 적 업무 조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부서별 업무 중 향후 AI가 할 수 있는 일을 선제 적으로 파악하고 필요한 역할 조정 계획을 수립해 둔다면 언제든 필요할 때 AI 활용 이 용이하게 된다. 동시에 인간이 반드시 해야 하는 역할도 미리 정하고 AI 기술의 발전과 조직 역량 수준을 고려하여 지속적으로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AI에게 일을 잘 시키는 역량 중심으로 교육훈련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기존의 역량 개발 체계를 점검하여 문제 진단, 분해, 재구성, 제약조건 설계 등 논리적 사고력 기반의 능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이 강화되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맥킨지 는 생산성 폭발의 AI시대에 적절한 능력과 동기를 가진 인재가 적절한 장소에 없으면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셋째, 회사의 핵심 가치가 반영된 AI 활용 원칙과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은 AI 활용이 활발한 IT 기업 중심으로 AI 사용원칙이나 세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구글“세상의 정보를 체계 화하여 모든 사람이 더 쉽고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미션이 AI 활용 시에 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AI Principle’을 만들었다. 또 사회 과학자, 윤리학자, 인권 전문가, 정책/개인 정보 보호 전문가, 법률 전문가들을 포함하는 혁신팀 (Responsible Innovation Team)을 만들고 다양한 관점에서 AI에 대한 관리체계와 기준을 점검한다.



IBM도 회사의 AI 활용 결과가 내부 기준이나 조직의 추구 가치에 위배되지 않는지 검토하는 ‘AI Ethics Board’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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