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아 “면허정지 법적 근거 없어…처분 내리면 직권남용” 직격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8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 행정처분 철회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정부가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대해 국회가 애초에 행정처분은 불가한 것이었다며 공개 비판했다.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법적 근거가 없어 행정처분 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개혁신당 허은아 당대표는 8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벼랑 끝 응급의료, 그들은 왜 탈출하는가?’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의 전공의 행정처분 취소 결정에 대해 “어처구니 없다”면서 “(정부는) 어차피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수 없다.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허 당대표는 “정부에서 누군가 그런 징계 결정을 내린다면 나중에 분명 직권남용 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관대하게 봐주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못할 일을 안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날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며 “복귀한 전공의와 사직 후 올해 9월 수련에 재응시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수련특례를 적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수련 공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전문의 자격취득 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방안을 마련한다는 의미다.
조 장관은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전문의가 제때 배출될 수 있도록 수련체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공익에 보다 부합한다는 판단 하에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라고 설명했지만, 국회를 비롯한 의료계의 반응은 냉랭한 상황이다.
허은아 당대표는 “지금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개혁은 정책의 진행 순서도 잘못됐고 내용도 잘못된 실패한 정책의 전형”이라고 일갈했다.
8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벼랑 끝 응급의료, 그들은 왜 탈출하는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 약업신문
토론회를 주최한 같은 당 이주영 의원 역시 “소아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제가 청진기를 내려놓고 국회에 들어오면서 세운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의료현장을 망치고 있는 잘못된 법을 다듬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 주제인 응급의료의 경우, ‘응급실 뺑뺑이’로 불린 응급환자 이송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응급의료의 파국을 앞당긴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류정민 소아전문응급센터 교수는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을 사법리스크와 배후진료 불가, 응급실 과밀화, 중앙응급환자 분류‧이송‧배정시스템 부재로 꼽았다.
특히 사법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자부심을 상실하게 된 의료진들이 현장을 탈출하게 됐고, 그에 따른 지원 감소는 다시 인력난과 사법리스크의 심화라는 악순환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의사 기소율이 일본의 14.7배, 영국의 580.6배, 독일의 26.6배라고 전했다.
류정민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진의 자부심과 전문성이 제대로 인정받는 것”이라며 “지금의 정책들은 이와 거꾸로 가기 때문에 비용을 몇 배 더 쏟아부어도 상황을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고 꼬집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다소 느리더라도 응급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해결책을 정부가 그동안 무시해 왔다며, 응급센터 과밀화와 응급의료 취약지 문제, 사법리스크 등의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응급실 뺑뺑이는 정부의 악의적인 프레임”이라며 “2000명을 증원한다 해도 필수 인프라를 확충하지 않으면 뺑뺑이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그는 응급의학과 의료진의 현 상황이 자존감 상실의 단계를 넘어 폐과의 필요 조건을 충족했다면서 “사법리스크를 해소하지 않으면 폐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래 의료를 책임질 전공의들의 목을 붙들어 과연 무엇을 얻고자 하느냐며 “지금은 느리더라도 확실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이성우 정책이사는 “적시에 적정의 응급의료를 응급환자에게 제공해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응급환자 중증도에 따른 적정 응급환자의 흐름과 종별 응급 의료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동시에 역할 수행에 따른 평가와 보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 보상은 각 응급의료기관 종별에서, 응급센터뿐 아니라 배후 진료과까지 전달되고 지역에 가산돼 시행해야 한다”며 “응급의료기관 종별과 의료기관 종별을 일치시켜 나가는 제도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